20211106 사주팔자가 그렇다고 했었지.
작년 여름에 잘 맞추는 곳이 있다고 해서 사주를 보러 연차까지 내고 사당에 다녀왔다. 타로와 사주를 같이 보시는 분이었는데 뭐 당시에는 엄청 잘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인데 또 회사가 이사할 것 같다고 했고 (이사한지 얼마 안됐다고 하니까 봐주시던분도 조금 당황하셨다.) 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다른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실력을 증명하는 '증'이 필요하다고 공부를 좀 하라고 하셨는데 귀담아듣지 않았다. 하하.
사실은 그 때 회사를 더 오래 다니고 싶은데 이 회사를 더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러 갔었다. 하지만 올 연말쯤에 회사에 내가 정이 떨어져서 나오게 될 것 같다구 이직을 하게 되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에이 설마? 난 아직까지 회사가 좋은데? 8월쯤 되선 슬슬 이제 정이 떨어져야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마음에 담아 둘 일이라던가, 내가 신경을 많이 쓴다던가 이런 일들은 많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10월부터 마음에 상처받는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아, 이래서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는 상처 리스트를 여기에나마 풀어둬야겠다.
1.
나는 N년차, 그는 갓 회사 생활을 시작한 1년차인데 혼내다가 불려갔다. 사람들 앞에서 뭐라고 하면 자기가 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른다고,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일까 그 어쩔줄 모르는 환경을 피하기 위해 나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눈치봤는데 요즘은 면박 받으면 와서 따지는구나 본인이 잘못한걸 되돌아보는게 아니고 나한테 뭐라 한 사람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자기가 기분 나쁜걸 표시한건 '본심이 아니다'라고 포장하고 내가 기분나쁜건 '그러면 안된다'라고 정의내려버리는 그 앞뒤 맞지 않는 논리에 대화하기를 또 한 번 포기했다.
2.
기본적인 업무의 실수는 한 두번으로 충분하고 세번 이상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좀 강하게 말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걸 개인적인 쪼잔함으로 치부해버리고 본인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행동, 뿐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도 선수쳐서 먼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폄하하는 일들을 자주 겪었다. 정말 잘못한건 자기들인데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나라는 사람을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방어적인건지 그들이 방어적인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자신이 없다. 생각을 아무리 해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는 것만 같다.
3.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특히 나는 실수가 잦고 혼나는거에 취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시간과 업무의 양으로 승부를 봤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내 능력을 조금씩 늘려나갔고 내가 배우는데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도 나의 동료들도 그렇게 스스로 본인의 틀을 깨 부수며 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참견은 최대한으로 줄였고 방향성만 잡아준다고 생각을 했고 그게 같이 성장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일을 시키기 전에는 할 줄 아는지 물어보고 시켜야한다"라는 조언(이라쓰고 쌉소리라읽는)을 들었다.
4.
'너만' 잘 하면 된다라는 말이 폭력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술에 잔뜩 취해 전화를 해서 너나 걔나 똑같다며 그러니까 잘 지내라는 조언을 가장한 언어폭력을 당하는 일도 겪었다. 내가 너무 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인걸까, 나는 그래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걸까. 왜 내가 잘해야만하고 그렇게까지 해서 그 관계를 유지해야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를 신경쓰면서 유지하고싶지 않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하면서 왜 나한테는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뿐인건지 속상하다.
5.
잡일을 지시해야하는것도 나, 해야하는것도 나, 그리고 애들을 챙겨야하는것도 나. 요즘은 그렇게 챙기고 시키고 싶으면 직접 하라고 던진다. 내가 무슨 여기 총괄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장질을 즐기는애도 아닌데 왜 나한테 시키냐고! 그렇게 마음에 안들면 직접하라고! 난 관심없다고!
근 한달간 겪었던 걸 다 써내려니 할말도 많고 하소연뿐이네. 그래도 내가 나한테 하는 하소연이니까 괜차나. 하아. 그래서 나는 끊어낼것은 끊어내고 내가 해야하는 일만 해내기로 했다. 여러곳에 마음을 쓰면서 일하다보니까 너무 힘들어졌다. 차라리 일이 많아서 힘든건 힘든 축에도 못드는것 같다. 다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겪어내야하는 일과 단어들 그리고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거리두기 말고 어떤 방법으로 나 자신을 보호해야하는지 조금 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