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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상 기 록/그날의 생각들

2021년 12월의 회사이야기.

 

 

 

1. 

2022년의 영업전략을 하찮은 직장인 1을 맡고 있는 나에게 주어졌다. 그것도 12월 내내 준비하는 게 아니고 3일 만에 모든 부서 내용을 통합해서 매우 갑작스럽게 나에게 주어졌다. 수요일 오후 늦게 받아서 수요일, 목요일 야근해가면서 여러 내용으로 기초 토대를 만들었고 그 기초 토대로 금요일 1차 피드백, 이후 자료 보완해서 월요일 최종 수정을 거쳤고 화요일에 전사 모두 모여 발표를 했다. 

 

1-1.

각 부서별->취합이 이루어져야하는데 각 부서장들이 본인들이 하는 게 아니라고 자료를 너무 안일하게 주었다. 정말 나는 1도 상관이 없지만 너를 위해 준다라는 행동에만 의미가 있는 그런 과정이었다. 나는 또 그걸 재조립해서 내가 취할 수 있는 것만 취해서 자료를 만들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역으로 자료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자 그 자료를 모든 부서장에게 오픈해서 회의를 하자는 말에 나는 정말 황당했었다. 그렇게 부서장들에게 오픈해서 회의할 일이었다면 부서장들이 각자 본인 들것을 만들어서 취합을 했어야지, 겨우 완성시켜놓은 자료를 의미 없게끔 느껴졌다. 내가 왜 화나고 어이가 없는지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두 번 열 받았다.

 

1-2.

유독 취합에 비협조적이던 부서가 있었다. 나는 또 거기 가서 자료를 달라고 아침부터 쫓아다니고 하소연하고 그랬는데 사람을 자꾸 놀리더니 역시 마지막에도 빅엿을 내 명치에 꽂아버렸다. 일주일 내내 '자료 만들다가, 못하겠고 짜증 나서 그냥 하다가 말았어~', '다 안한걸 어떻게 줘~ 주기가 좀 그래서~', '자료 안 주지는 않았지, 다 안 준 거지~' 이 얘기를 들으면서 엿 먹을걸 생각하지 못한 나도 뒤늦게 보니까 멍청하네. 

 

1-3. 

대망의 발표 타임, 내가 만든 자료의 해당 부서 발표 차례였는데 자료 딱 띄우자마자 '제가 가진 자료랑 달라서요'하면서 내놓은 자료는  15페이지짜리 pt 자료였다. 일주일 내내 별도로 준비한 자료면서 따로 하고 있다는 말도 없고, 자료도 안 주고 스트레스받아하는걸 멀리서 구경했을 생각을 하니까 너무 역겨웠다. 내가 전 부서 pt 자료 준비한 게 표지, 끝장 제외하고 19페이지였는데 명치가 아프고 울렁거렸다. 

 

1-4.

그날 집에 갈 때 지하철 노약자석에 겨우 몸을 앉히고 속을 누르면서 귀가했다. 지하철에 내려서 오분쯤 걸었을까 울렁거림이 심해지더니 결국 위액을 목 끝까지 올려버리고 말았다. 스트레스도 심했지만 마음 상처도 심하게 받았던 것 같다. 티브이에서 보던 편 가르기, 줄 다툼이 나에게 직접 이렇게 닥쳐버리다니 그것도 이 작디작은 회사에서. 모두가 힘써도 모자란 이 틈에 생긴 일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2.

마무리는 언제나 슬프다. 스물둘에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사실 나는 떠나는 주체이거나 남겨지는 주체이거나 둘 다 똑같이 슬픈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떠날 때 '떠나는 사람은 그냥 또 가서 적응하고 지내고 보면 가끔 그리워할 틈은 있지만 슬퍼할 수 있는 틈은 크지 않다고, 다만 내가 걱정되는 것은 남는 너희가 비워진 자리를 어떻게 견뎌낼지'라고. 그때 알았다,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떠나고 난 이후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만 남지만 남은 사람들은 또 그 자리를 그리워하고 메워가면서 살아가야 하는구나, 조금 더 힘든 거고 나라는 걸. 

 

2-1.

이왕 헤어진다면 서로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냥 헤어지는 게 아니라 더 좋은 곳에, 더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라면 슬픈 것보다는 기쁜 게 더 많을 것 같다. (물론 약간의 질투도 있겠지만) 근데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내 잘못이 아닌데 헤어짐에 내 잘못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좀 잘했으면, 살가웠으면, 더 좋은 사람이었으면 괜찮지도 않았을까 하는 되지도 않는 생각이 (내가 뭐라고) 들었다. 

 

2-2.

그래서 맥주 두 캔 마시고 취해서는 울어버렸다. 눈물이 그냥 나는 대로 뒀다. 부끄럽긴 했지만 슬펐다. 죄진것들은 죄진 줄도 모르는데 내가 왜 우나 싶었지만 모르겠다 순간의 감정이 그랬다. 

 

3. 

2021년 정말 너무 많이 힘들었지만 성장했다.(그랬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2022년은 더 성장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성숙해야 하고 업무적으로 좀 더 프로가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2021은 나름대로 뿌듯했고 2022년은 조금은 여유 있는 마음으로 성장하기를. 

 

4.

나의 2022년을 응원한다.